셀프 주유소 수가 전국 주유소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시대다. 이에 따라 고객 부주의로 인한 주유기 사고도 늘어나 경영자의 고민이 깊다. 특히 최근 주유 노즐에 장

착된 안전밸브가 정상작동하지 않아 사고까지 발생했다. 노즐에 밸브가 장착된 형태에 따라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유소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난 6월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셀프 주유소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한 운전자가 주유를 마치고 주유 노즐을 뽑지 않은 상태로 출발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차량이 이동하면서 주유 노즐은 반대편에서 주유하던 고객을 향해 날아갔고 해당 고객은 팔을 가격당해 고통을 호소했다.

사건 당시 주유기에는 안전밸브가 장착돼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밸브가 정상 작동했더라면 주유 호스가 뽑혀서 땅에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호스가 뽑히지 않았고 당겨진 힘을 견디지 못해 호스가 반동을 받아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국내 주유기 제조사의 관계자는 “안전밸브가 작동하려면 주유 호스가 직선으로 당겨져야 한다”며 “사고가 발생한 주유기가 주유소 부지 가장 바깥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차량이 이동할 때 안전밸브가 측면으로 힘을 받아 주유 노즐이 정상적으로 이격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면 통상 사고를 낸 고객에게 주유소가 운전자 보험 등 보험처리를 요청해 수리한다.

경기도 고양시의 A주유소 소장은 “자주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지만 우리 주유소에서도 주유 노즐을 꽂은 채로 운전한 고객이 있었다”며 “다행히 사람이 다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주유 노즐과 안전밸브를 교체하느라 주유기를 사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수리비의 경우 호스와 노즐 교체를 하면 100만원 가량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안전밸브 원리 파악이 먼저

주유 노즐을 꽂은 채로 운전하는 사고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발생하는 사고다.

특히 지난 2019년 중국에서 해당 사고로 주유소 내 화재가 발생해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사고도 주유기에 안전밸브가 설치돼 있었지만 밸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주유기가 바닥으로 쓰러지면서 불이 나 대규모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국내 주유기 제조사의 관계자는 “안전밸브는 주유기 제작에서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다”며 “하지만 정확한 작동 원리와 구조를 주유소 경영자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안내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주유기 안전밸브는 일정 압력 이상으로 당기면 상하 두 개의 밸브에 연결된 ‘쉐어핀(제한 하중을 넘기면 절단되는 핀)’이 부러지도록 설계됐다.

또 내부에 조립된 ‘포펫 밸브(버섯형 밸브)’가 스프링에 의해 밀려 나오고 이 밸브가 몸체 벽에 밀착돼 기름 유출을 방지하고 토양 오염을 막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안전밸브 제품 중 일부는 재사용도 가능하다.

밸브가 ‘인장력(당기는 힘)’에 의해 위, 아래로 분리되면 내부에 있는 쉐어핀이 빠지게 된다.

따라서 만약 사고로 밸브가 분리됐다면 빠지거나 부러진 핀을 교체해도 재사용을 할 수 있다.

다만 휘발유 안전밸브는 유증기 체크밸브가 함께 있다 보니 체크밸브가 같이 파손되는 경우에는 새 제품으로 교환해야 한다.

충남 천안시의 B주유소 대표는 “주유원이 주유 노즐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에게 출발하라고 말해 안전밸브가 뽑히는 일이 발생했다”며 “경유 안전밸브는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었다. 한동안 사고가 난 안전밸브에 여유로 보관하던 핀을 꽂아 밸브 교체 전까지 주유기 사용을 지속했다”고 말했다.